지옥에도 구원의 희망이 있을까?
영계에서는 정신적인 것 역시
객관적인 형체를 취하기 때문에,
격렬한 증오심이나 지독한 열정은
실제로 살아있는 불의 형태로 나타난다.
지옥의 불기둥과 연기는
그곳에 거주하는 영들로부터 내뿜어진
영적인 거친 진동에 의해 생겨난 것이다.
지옥계에 다가갈수록 무시무시한 세계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이 밀려오는 가운데
사지가 마비되는 것 같은 압도감을 느끼게 된다.
영계의 가장 낮은 곳인 지옥에 와 보면,
인간이 얼마나 저급한 수준까지
떨어질 수 있는지,
그래서 얼마나 끔찍한
죄와 고통에 빠질 수 있는지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지상에서 가장 학대받는 노예라 할지라도
이곳의 거주자들보다는 덜 불행할 것이다.
내가 저급한 영계에서는 목격한 풍경 중,
거대한 늪지가 있었다. 그 늪은 지상 인간들의
역겨운 생각들과 불결한 욕망들의
영적인 산물이 끌리고 모여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곳은 악취가 풍기는 검고 끈저끈적한
기름때 같은 진흙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사람 얼굴을 한 거대한 박쥐들이
흡혈귀처럼 상공을 맴돌고,
고약한 수증기가 썩은 표면 위로 모락모락
올라오는데, 기이한 유령같은 형체를 이루었다가
금방 새로운 모양으로 변하여 팔을 흔들고,
머리를 부들부들 떠는 것이 흡사
감각도 있고 말도 할 줄 아는 것처럼 보였다.
이 외에도 전체적인 풍경은
나도 모르게 몸서리가 쳐지는 것이었다.
그 늪 곳곳에서는 심장이 얼어붙을 것처럼
절망스런 절규와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곤 했는데
몇년째 늪속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는
영들이 울부짖는 것이었다. 그들 가운데는
찰스 2세의 궁정에서 내로라하던 인사도 있었다.
그는 생전에, 쓸데없는 오만함으로 인해
수초에 발목이 묶인 채,
수렁속에서 꼼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나는 사람의 모습이라기 보다는
야수에 가까운 모습의 한 무리으 영혼을 보았는데,
몸통은 짐승처럼 굽이 있었고,
팔은 원숭이처럼 길며, 손가락과 발톱이
맹수의 그것과 같았으며, 짐승처럼
네 발로 기어다니기도 했다.
면상도 거의 사람으라 볼 수 없을 정도였는데
으르렁거리며 늑대처럼 송곳니를 드러내는
것이 영락없는 짐승의 모습이있다.
나는 인간이 짐승으로 변하는
소설 속 이야기가 생각났디.
이게 바로 그 괴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러나 그들의 정교한 손 동작은
동물이 흉내낼 수 없는 것이었으며,
더군다나 말을 했으며 신음소리가 욕지거리나
비속어와 뒤섞여 나왔는데, 이 또한
동물에게서는 볼 수 없는 것이었다.
그들은 살아 생전 해적이나, 노상강도, 약탈꾼
(종교적 약탈꾼 포함), 노예상인, 인신매매범들이었다.
너무 야만적인 삶을 산 나머지, 인간의 특징이
부분적으로 사라져 짐승처럼 되어버린 것이다.
(한 유명 삯꾼목사 역시, 이곳에 있습니다.
그를 추종하는 사람들이 들으면 기절할 것입니다.)
그들은 무리를 지어 늘 싸우고 있었다.
싸움만이 그들의 유일한 낙이었다.
그들은 타는 듯한 갈증에 시달려야 했는데
갈증을 달랠 방법이 없었다. 뭔가를 마시기만 하면
백배 천배 더 속이 탔고 마치 목구멍으로
불덩이를 밀어 넣은 듯 했다. 그들은 아무리
그들은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죽을 수가 없었다.
그러니 나를 죽일 수 있는 놈을 만나
죽자고 달려들며 서로 싸움을 거는 것이었다.
자살을 시도하지만 죽음을 넘어선
저주에 떨어진 그들에겐 소용이 없는 일이었다.
지옥에서의 모든 것은
인간 자신의 삶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아무리 끔찍한 환경일지라도 결국은
자신이 스스로 만들어낸 창조물일 뿐이다.
“나는 온 세상 사람들에게 이미 죽은 존재였지만,
오로지 나 자신, 내 가혹한 운명 앞에서만
살아 있을 뿐이었습니다.
나는 절망에 찬 심정으로
제발 나 자신이 사라지게 해달라고 기도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란 걸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불멸의 영혼이어서
선하든 악하든, 행복하든 불행하든,
영원히 사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자비는 언제나 주어집니다. 무덤 저편에서조차,
지옥문 안에서조차도
자비와 용서가 존재하고 희망과 사랑이 전해집니다.
그러므로 ■영원한 지옥 운운..
하는 자들은 큰 죄를 짓는 것입니다.
그런 잘못된 가르침으로 인해,
타락한 영혼들이 자포자기하고 절망에 빠져
아무런 노력도 기울이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ㅡ영혼들의 땅ㅡ중에서
'- 글 - > 자유 글'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인간의 권리의식 (0) | 2023.10.24 |
|---|---|
| 불행한 사람과 행복한 사람의 차이 (0) | 2023.10.23 |
| 이 세상에 고통과 괴로움이 있는 이유 (0) | 2023.10.20 |
| 살아야 하는 이유 (0) | 2023.10.20 |
| 모든 것이 신성한 법칙속에 (0) | 2023.10.18 |